정해진 준비 방법이 없어서 참 어려웠습니다. ‘붙을까?’ 싶으면 떨어지고 ‘떨어지겠다’ 했는데 붙기도 했습니다. 정말 다행히도 경향신문이 후자였습니다. 제 이야기는 그냥 어떤 이는 이렇게 준비했다더라 정도로만 참고해주세요.
서류에선 기자 직무 역량을 어떻게 보여줄지 막막했습니다. 학창 시절 기자가 꿈이라고 얘기했고 대학방송국에도 몸 담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공모전 참여 경험이나 인턴기자 경험이 없어서 제대로 된 기사를 써본 일이 없었습니다.
갖고 있지 않은 실전 경험 대신 실무 경험이라고 여겨질 만한 다른 것들을 내세웠습니다. 기자는 결국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게 일 아닐까요. 그래서 세상에 넓은 관심 두고 살아왔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내용으로 3000자를 채웠습니다. 예컨대 ‘교환학생 시절 버스 창밖으로 인종차별을 목격했다. 이걸 계기로 도시 기저에 어떤 차별이 있단 걸 배웠다’ 하는 식이었습니다. 관찰만 했을 뿐 기사를 썼던 건 아닙니다. 다만 그러한 관찰 경험이 기자로 일하는 데 밑거름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습니다. 성과가 아닌 경험도 충분히 자신의 역량과 관심사를 소개하는 데 쓰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론사 필기 시험의 첫 합격을 맛보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합격 전과 후를 가른 가장 큰 차이는 ‘논술 개요를 열심히 짰는가’였습니다. 개요 없이 글을 쓰면 1500자 글이 용두사미로 끝나버리거나 처음에 쓰려던 것과 결론이 달라지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경향신문 논술 시험에서도 20분은 개요 짜는 데 할애했습니다. 논제가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내가 하려는 답은 무엇인지, 답 안에 논제가 요구하는 모든 요소가 다 포함돼있는지 정리한 뒤에서야 원고지에 쓰기 시작했습니다. 종이를 받자마자 글을 쓰기 시작하는 주변 소리에 조급해지는 마음을 다잡아야 했습니다.
개요는 실무 시험에서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르포 기사 작성 시 주제를 받자마자 현장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또다시 조급해지곤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불안을 이겨내고 고사장에서 어느 정도 주제를 잡고 나가는 게 길바닥에서 덜 헤매는 지름길이었습니다.
지난해 경향신문 실무 시험 르포 주제는 ‘코로나19 시대상’이었습니다. 전년도와 같은 주제가 나올 줄 몰랐던 탓에 크게 당황했습니다. 개요를 짜고 나가긴 했지만 기사 방향을 잡기가 쉽진 않았습니다. 큰일 날 뻔 한 이야기인데, 솔직히 중간에 포기할까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어찌어찌 완성은 해서 냈습니다. 하려는 말은 아무리 못 쓴 것 같더라도 완성은 해야 한다는 겁니다. 사람 일이 어찌 될지 정말 모릅니다.
실무면접과 최종면접 모두 서류를 기반으로 진행됐습니다. 얼마나 진정성 있게 기자가 되고자 하는지를 드러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느꼈습니다. 가장 답하기 어려웠고, 기억에 남는 질문은 “기자가 사회적으로 ‘기레기’라고 욕먹는 시대에 왜 기자가 되고자 하는가”였습니다. 면접 뿐 아니라 면접 그 이후를 위해서라도 진솔하게 고민해야 하는 질문 같습니다. 이제 막 현장을 다니고 있는 요즘. 위 질문에 다시 답해야 한다면 어떻게 말할까 상상해봅니다. 몇 안 되지만 기사를 쓰며 1년 전 제가 했던 답에 확신을 더할 수 있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시험을 준비할 땐 저의 부족한 점만 부각돼 보였습니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자신감이 한없이 떨어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럴수록 필요했던 게 내 강점을 스스로 믿어주는 것이었습니다. 내게 없는 것으로 막막해하기 보다 내가 잘하는 부분에 집중하며 자신감을 채워나가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마음 건강 챙기며 준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