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임원 면접을 마친 후, 어색한 구두를 신은 채 정동길을 걸어가며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눈물의 의미가 두 달 간의 전형을 마쳤다는 후련함 때문인지, 더 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이었는지는 흐릿합니다. 실컷 울고 나니 떨어진 후에 다시 경향신문을 지원할 각오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불합격을 상상하며 미리 상처받을 준비를 하던 중에 합격했습니다. ‘고시’라고 불리는 무시무시한 언론사 시험의 준비생 중 본인에게 확신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합격 전화를 받기 전까지의 저처럼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이 페이지를 보고 있으시다면, 불안하고 확신이 없는 때에 합격이 찾아오기도 하더라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2년 가까이 기자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막바지에는 슬쩍 찔러보지 않은 언론사가 없어 친구들에게 “떨어진 회사의 뉴스를 보지 않는다면 뉴스 없는 세상에 살게 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 정도로 수많은 전형에서 탈락하면서 나의 공부법이 잘못된 것인지, 내가 가진 경험들이 부족한 것인지 계속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수험생의 종지부를 찍을 때까지 저 스스로의 무언가를 크게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자신을 억지로 바꾸기보다, 내가 가진 역량이 회사와 나의 ‘기자상’과 어떻게 닿을 수 있는지 연결해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기소개서에서도 ‘솔직함’이 기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뻔한 수식어지만 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로 ‘성실함’을 꼽았습니다. 호텔 하우스키핑 아르바이트, 밤새워 공부해 받았던 성적장학금 같은 재미없는 이력도 느낀 점을 담으니 경험이 됐습니다. 꾸며내는 것보다는 본인을 그대로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자소서는 면접 등 다음 고차 전형까지 쓰인다는 생각으로, 수식어구를 덜어내고 실제로 한 경험들을 채워 넣으려 했습니다.
필기 시험의 처음과 끝은 ‘신문’이었습니다. 저는 몇 년간 경향신문 지면을 매일 읽었습니다. 기사와 칼럼에 색연필로 줄을 치고 중요한 내용들은 노트에 옮겨 적는 아날로그식(?) 공부를 했습니다. 평소 이렇게 공부를 하며 상식 공부와 논술 글감 정리를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상식과 논술 등 필기 전형은 지면을 꼼꼼히 본 덕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논술에서는 식자의 인용구를 넣거나 학술적 개념을 쓰기보다는, 논제가 묻는 것에 충실히 답하는 한 편의 글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실무 전형 중 가장 긴장되는 것은 르포 전형이었습니다. 제한된 시간과 현장의 불확실성이 가장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어떤 주제로 기사를 쓰던 완성은 한다”는 마음으로 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취재가 잘 안되면 묘사라도 풍부하게 쓰자는 생각으로 취재 노트를 채웠습니다. 최종 면접에서는 ‘왜 기자가 되고 싶냐’ ‘기자가 된 후 어떤 기사를 쓰고 싶냐’ 등 자신이 세운 기자상에 관해 묻는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질문이지만, 기자로서의 직업관 을 잘 정립해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언론사는 사람이 전부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그렇다면 경향신문은 ‘좋은 동료들’이 있으니 ‘전부 좋은 곳’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사를 쓰면서 드는 사소한 걱정들부터 기자로서 성장하는 과정에 필요한 고민들을 같이 털어놓을 수 있는 선배와 동기들이 늘 곁에 있어 든든한 곳입니다. 곧 회사에서 만나 이런 고민들을 나누고 함께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