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채용페이지 - 채용 홈페이지 경향신문 채용페이지 채용 홈페이지입니다

경향신문 채용페이지 - 채용 홈페이지

경향신문 채용페이지 채용 홈페이지입니다

제목없음

어설픈 꾸밈보단 솔직함으로, 판단은 빠르게

59기 김경민 | 편집국 경제부

제목없음

‘기자는 평생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기 전 오랜 시간 되뇌어 봤던 질문입니다. 낯을 많이 가리는 대문자 ‘I’인데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성격, 기자와는 퍽 맞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조잘조잘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저는 ‘말’과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기자가 아니면 어느 직업이 일면식도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요즘 이런저런 일이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말을 건넬 수 있을까요. 이 장점만 보고 우선 언론사 입사의 길에 뛰어들었습니다. 호기롭게 기자가 되겠노라 외쳤지만 걱정거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정해진 준비 방법이 없다는 것이 불안했고, 치열하게 모아뒀던 돈도 점차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언제까지고 기자라는 목표를 붙잡을 순 없었습니다. 현실을 감안해 남은 돈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 버틸 수 있는 ‘1년’을 준비 기간의 마지노선으로 잡았습니다. 그렇게 결심한 날, 머릿속 ‘데이터베이스’를 채워야겠단 마음에 무작정 경제지 한 곳과 종합지 한 곳을 구독했습니다. 하루 3~4시간씩 두 신문의 논조와 기사를 비교해가며 읽었습니다. 그 과정이 반복되다보니 뚜렷한 주관이 생겼습니다. 자연스레 경향신문에 대한 지원 동기도 명료해졌습니다. 다양한 분야 중 경제 기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답을 정해놓은 듯 쓰거나 논점을 획일화하려는 듯한 기사들이 싫었습니다. 예컨대 주 52시간 근무제가 경제 성장을 제약하는 악법이라는 주장을 보면 ‘공감 능력이 너무 부족하다’ 싶었거든요. 폭염 속에 주 40시간 에어컨 수리 보조 아르바이트를 할 때면 녹초가 돼 집에 돌아갔는데, 52시간이 부족하다니. 돈은 한 푼 더 벌더라도 사는게 사는 것이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경향신문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독자로 봤던 경향신문은 경제를 논하더라도 ‘돈’이 아닌 ‘삶’에 초점을 뒀다고 느꼈거든요. 주장이 너무 과하지도, 현실과도 괴리되지 않았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자소서에 경향신문처럼 독자의 공감을 이끄는 기사를 쓰겠다고 적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지금도 직접 주식 ·코인 투자를 하며 투자자의 관점에서 경제 기사를 쓰다 보니 입사 포부를 절반(?)쯤은 실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어찌 준비는 해나갔지만 관건은 결국 필기시험이었습니다. 미리 글을 써놓고 외우기엔 어떤 논제가 출제될지도 모르는 데다,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다른 방법을 썼습니다. 글을 쓰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대신 다양한 이슈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미리 논지와 논거만 생각해 놓는다면, 글이라는 틀에 맞춰서 옮기기만 하면 된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그동안 읽었던 사설과 칼럼을 떠올리며 현장에서 개요를 쓰고 원고지에 적어나갔습니다. 만약 자유주제라면 표현 하나하나 갈고닦은 하나의 완성된 글이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방법을 시도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실무전형 역시 막막한 것은 매한가지였습니다. 주제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동일하지만 필기시험과는 달리 참고할 ‘교본’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데스킹된 르포 기사야말로 기사의 관점과 형식을 배우기에 가장 적확하니까요. 낯을 가려 스팟 스터디가 불편하기도 해, 실무 시험 전까진 몇 년간의 경향신문 르포기사들을 훑어보며 홀로 준비했습니다. 지난해 르포 주제는 ‘상충된 것이 공존하는 현장’이었습니다. 5분 정도 고민한 끝에 광장시장으로 달려갔습니다. 핫플로 떠오른 광장시장을 찾는 외국인이 늘고 있지만, 정작 그 자리를 지켜온 상인들은 오히려 임대료 상승 등으로 달갑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야심 차게 달려갔지만 시간이 너무 일렀는지 문을 연 가게가 많지 않았습니다. 방황하다 보니 남은 시간은 두 시간, 이대로는 올해 백수 탈출은 글렀다 싶어 대안을 찾기 위해 곧바로 종로3가로 향했습니다. 마침 점심시간 즈음이었는데요,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한여름 땡볕에 땀을 흘리며 줄을 서는 어르신들과 인근 관광지인 익선동에 웨이팅이 가득한 식당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청년과 노인 모두 저마다의 핫플인 종로3가를 찾은 이방인이지만, 청년과 달리 노인들은 더위 쉼터에서도 사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불청객’이라는 주제로 르포를 썼습니다. 안되는 것을 붙잡기보단 빠르게 다른 주제를 찾은 판단이 유효했던 셈입니다. 면접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워낙 긴장을 많이 해 청심환을 털어먹고 ‘면접? 별 거 아니다’라는 마인드 컨트롤까지 만반의 준비를 다했지만, 몸속에 각인된 긴장 DNA 탓인지 받은 질문을 기억 못 할 정도로 머리가 하얘졌거든요. 면접관으로 오셨던 선배께서 ‘너무 떨어서 안쓰러울 정도’라고 기억하실 정도니 얼마나 긴장했으면 그랬나 싶습니다. 이런 성격을 아는지라, 질문을 미리 외운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생각했습니다. 대신 솔직하기로 했습니다. 인재상에 끼워 맞추기보단 소신대로 답하려 했습니다. 경향신문이라면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떨어뜨릴 만큼 편협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최종면접까지 마친 뒤 여느 날처럼 도서관에서 신문을 읽던 중 채용 전화를 받고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호들갑을 떨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다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결국 운이 따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만약 생소한 주제가 나왔다면 과연 붙었을까. 장담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당장 필기시험에서 떨어질 줄 알고 논술 강의를 찾아볼 만큼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거든요. 그러므로 당장 성과가 좋지 않다고 위축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걸음씩 차근차근 준비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르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Created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