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는 입사 후부터 은퇴까지 같은 부서에만 있는 몇몇 부서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한 부서가 바로 ‘사진부’입니다. 타 부서보다는 조금 더 끈끈하고, 가끔 조금은 국밥과 거리를 유지하고 싶은 (쉿 비밀입니다) 우당탕탕 사진부 막내의 하루 이야기를 글로 한번 옮겨 보겠습니다.
사진부는 인원의 제한이 있다 보니 근무 형태가 다양합니다. 조근, 야근, 예비, 평근. 근무에 맞춰 출근 시간도 매일 다릅니다. 아침에 출근할 땐 당일 신문들을 보며 타사엔 어떤 사진들이 실렸는지, 선배들은 각각 어떻게 찍었는지 확인해봅니다. 포탈 검색창을 켜 온라인 기사에는 어떤 사진을 가져다 썼는지도 확인해 봅니다. 아직까진 지면과 온라인 양쪽을 신경 써야 하는 부서 특성상 ‘편집기자는 어떤 사진을 좋아하고 취재기자는 어떤 사진을 좋아하는가?’도 늘 고민입니다. 물론 보는 눈이 부족한 막내는 보고 또 봐도 잘 모르겠단 고민에 다다릅니다. 이럴 때 선배 혹은 동기들이 주는 조언은 보다 눈을 트이게 합니다.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국제 등등 안 가는 취재가 없는 만큼 다양한 조언을 듣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입에 “우와 천재 아니세요?”란 감탄사를 입에 달고 삽니다. 언젠가 은혜를 갚겠단 계획도 있는데 언제 실현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에게 은혜를 갚을 수도 있겠습니다.
반드시 현장에 가야 하는 만큼 늘 날씨를 살피고 (날씨는 좋아도 ‘일’ 안 좋아도 ‘일’입니다) 매일 뉴스 속보에 놀라며 삽니다. 어느 현장이든 안전하고 신속하게 데려다주시는 수송부 형님과 함께 차 안에서 “비야 멈춰라”를 빈 적도, 반대로 “빗방울아 더 세차게 내려라”를 빈 적도 있습니다. 취재에 오랜 기간이 걸리는 산불과 대형 사고만큼 무서운 것도 없습니다. 제 사물함에는 언제나 여분의 옷과 양말이 준비돼있습니다. 주변 지인들은 큼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어 이거 수빈이는 안 가?”하며 놀리고, 저는 “본인 일 아니라고 무슨 끔찍한 소리를 하는 거예요.” 하며 질색을 합니다. 하지만 사실 현장에 가는 건 좋습니다. 남의 일로, 글자로 보고 넘겼을 일을 직접 들여다본다는 것은 기록과 취재 그 이상의 가슴 벅참, 타인을 타인으로 만들지 않는 힘이 있습니다. 각종 미디어와 콘텐츠가 넘쳐나는 요즘, 저는 여전히 사진기자가 찍은 ‘사진 한 장’의 힘을 믿습니다.
물론 갑작스레 잘 모르는 채로 혹은 자신 없는 취재를 맡게 되는 때도 있습니다. 한 번 놓친 장면을 되 담을 수가 없는 직업이다 보니 피고인의 검찰 출석 같은, 짧은 시간 내에 한 장을 잡아내야 하는 현장을 가면 신경이 곤두섭니다. 타사 선배들에게 연신 양해를 구하며 괜찮아 보이는 자리를 잡고 연사를 남발합니다. 스튜디오에서 피사체에 맞춰 조명을 배치하고 카메라를 노트북에 연결해 노출을 맞추고 완성된 한 장만 만들면 되는, 별로 다 싶으면 될 때까지 다시 찍을 기회가 있는 환경과는 확연히 다르다 보니 한동안은 계속 현장에서 어리벙벙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어 나 아는 게 없는데 어떡하지’하는 취재를 맡게 됐을 땐 사진기자라면 누구나 있는 ‘제2의 동기’ 사진 기자 친구들에게 재빠르게 SOS를 칩니다. 오늘 ‘ㅇㅇ현장 가는 사람?’, ‘ㅇㅇ해 본 사람?’, ‘ㅇㅇ 스케치하기 좋은 장소 아는 사람?’ 떨림으로 심장이 두근두근하는 저를 늘 동기들이 구원해냅니다. 회사 동기들과도 둘도 없이 친하게 지내고 있으니 저만큼 동기 복이 넘치는 기자도 흔하지 않을 겁니다.
하루 평균 2~3건의 현장을 다녀오면 바짝 긴장했던 막내의 하루도 슬슬 마무리됩니다. 편집부에서 선택돼 넘어오는 사진의 설명을 넘기고, 독자들이 관심 있을 법한 현장은 온라인 기사로도 작성하고, 카메라와 메모리 카드를 점검하고, 오늘 다녀온 취재 현장을 정리해 기록합니다. 1년 정도 사진기자 생활을 하면 일의 반복성이 파악된다고 하는데, 제가 2년 이곳저곳 누빈 결과 아직도 처음 가보는 현장이 가득하고 사진 취재는 늘 새롭고 어렵고 고민되고 짜릿합니다. 곧 들어올 당신의 기자 생활은 어떠할지 괜스레 저도 설레는 상상을 하며 하루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