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시작한 지 2년을 넘겼습니다. ‘3년 차 기자’나 ‘선배’란 수식어에 저는 여전히 어색함을 느낍니다. 두 번의 사계절로 일의 생리를 체화하긴 턱없이 부족한 듯합니다. 저는 여전히 오락가락, 우당탕탕, 헐레벌떡, 으아아악 따위의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2년간 네 개의 팀에 몸담았습니다. 정책사회부 노동미디어팀, 신년기획팀, 사회부 사건팀, 그리고 사회부 법조팀. 신년기획팀을 제외하면 모든 팀의 하루 루틴은 ‘오전 9시 아침 발제-오후 4시 기사 마감’이라는 틀 내에서 움직였습니다.
2년의 반복에도 자주 ‘거인 앞 작은 꼬마 아이’가 된 것만 같다고 느낍니다. 늘 낯선 순간을 마주하기 때문인데요. 팀에 따라 만나는 취재원 집단이 달라지고, 그들을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그들로부터 획득해야 할 정보의 성질이 달라지고, 속하는 기자 집단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듯합니다.
지난 6월부터 저는 김건희 특검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말진(막내) 기자로서 남의 집, 회사, 종교 시설 등 온갖 압수수색 장소로 가 사소한 수사 정보 어떤 것이라도 얻기 위해 살피고, 숨고, 어떻게든 들어가서, 물었습니다. 주요한 피의자를 만나기 위해 매일 연락하고(보통 안 받음), 변호인을 만나기 위해 온종일 로펌 앞에서 서성댔습니다(보통 못 만남). 조심스러워하는 그들에게 뭐라도 얻기 위해서 더 구미 당기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잘 못 합니다. 어떤 이가 수사 정보라는 비밀스러운 것을 어떤 목적으로 저에게 건네는지 따져보아야 했고, 전체 퍼즐 중 어떤 조각만을 떼 주는 것인지 궁리해야 했습니다. 수사 과정을 보도하면서 억울한 사람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는데요. 이 목표를 잘 이뤘는지는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특검 취재와 전혀 다른 취재는 신년기획팀에서 경험했습니다. 지난해 12·3 불법 계엄 때 전 ‘두지마을 한달살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방소멸’이라는 네 글자로 뭉뚱그려진, 작아지는 지방과 시골 마을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매일 두지마을 할머니 경로당으로 출근해 알아듣기 어려운 전라도 사투리의 향연에 한마디 거들고, 아짐(할머니)들이 가는 읍내와 면 곳곳을 따라다녔습니다. 마을 청년들의 일터, 보건진료소, 작은 도서관 등을 가 세밀하게 그들의 삶을 관찰하고 도시의 일상과 다른 부분을 적절히 잡아내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들의 인생사를 들으며 사라져가는 이곳에서의 삶의 의미를 파악해내기 위해선 더 진심으로 다가가야 했습니다. 매일 나누는 수많은 대화를 정리하느라 밤늦게까지 깨어있었고, 가끔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음주와 가무를 즐기느라 밤 아주 늦게까지 눈 떠 있기도 했습니다.
어떤 취재를 하게 되더라도 잘 묻고 잘 들은 후 그 말을 잘 이해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쉽게 적어내는 것까지요. 취재해야 할 정보나 대상이 달라지더라도 말이죠. 여전히 이 기본적인 게 어렵다 보니 팀만 달라지면 아니 같은 팀 내에서도 새로운 이슈만 터지면 우당탕탕하나 봅니다.
매일의 쓰나미에 휩쓸리다 보면 그리고 ‘발제 지옥’에 빠지다 보면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잊을 때도 많은 것 같습니다. 허우적대는 제 모습을 볼 때마다 ‘기자가 나랑 맞는 직업인가’란 고민도 끝없이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열심히 휩쓸리는 것, 최선을 다해 허우적댄다는 것은 이 일을 남몰래(가끔은 저도 몰래)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정뚝떨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애쓰진 않았을 겁니다. 그런 엉성한 마음으로 제 사랑이 소진할 때까지 이 일 열심히, 잘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당신과도 함께 우당탕탕하게 되면 영광일 것 같습니다. 아니 제가 많이 배우겠습니다.
추가로 덧붙입니다. ‘우당탕탕 경향생활’ 속 꽃은 사실 ‘여성 풋살팀 KHFS’ 입니다.(호호) 말 그대로 우당탕탕하는 몸부림 속에서 가끔 내 발에 딱 들어맞는 볼 맛은 달콤합니다. 풋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분도, 운동 잘 못 하는 분도 모두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