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면접을 이틀 앞둔 밤, 저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동기가 돼 같은 팀 동료로 일하는, 함께 입사를 준비했던 다른 지원자와 함께였습니다. 면접을 목전에 뒀던 그 밤, 수십 번도 넘게 읽은 자기소개서를 또 읽으며 면접을 준비하던 우리는 그날 그 ‘현장’으로 갔습니다. 여의대로 상공을 가로지르는 군용 헬기를 보며 “혹시 면접이 취소되면 어쩌냐”라고 나눈 대화가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그렇게 뛰어간 그곳에 기자들도 있었습니다. 국회 담을 넘고, 총을 둘러멘 계엄군 앞에서도 노트북과 카메라를 내려놓지 않던 선배들을 봤습니다. 그 위기의 상황에서도 오래도록 꿈꾸던 기자의 꿈이 더 간절해진 것은 그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자의 꿈이 너무 간절했습니다. 문은 너무 높게만 느껴졌습니다. 해가 넘어가고 낙방의 고배가 쌓일 때마다 꿈을 포기하게 될까 두려웠습니다. 합격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흔들릴 때 쯤 우리 회사의 입사공고가 나왔습니다. 늘 선망하던 회사였습니다. 정말 마지막이라는 결심으로 문을 두드려보기로 했습니다.
입사 지원 과정에서 가장 긴 시간을 쏟고, 또 모두가 애를 먹는 게 서류전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소개서에는 담담하지만 진솔하게 그 절절함을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대단한 ‘스펙’도, 그 흔한 인턴 경험 한 줄도 없었지만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왜 나는 기자여야만 하는지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학교에서 학내 활동을 했던 이야기, 생활비를 벌려고 휴학하고 구했던 대형마트 일자리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그 일화들 안에서 세상을 보고 겪으며 했던, 작지만 치열한 고민도 함께 담았습니다.
전형 과정을 되뇌어보면 선배들은 이력서처럼 쓰인 경력 한 줄보다는,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을 더 자세히 보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경험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만든 삶을 대하는 태도와 세상을 보는 관점을 솔직하지만 당당하게 적으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필기시험의 ‘종합교양’ 과목 준비는 평소 ‘세상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넘을 수 있는 시험으로 기억합니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던 기간 아침마다 집 앞 공원을 뛰며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었습니다. 낮에는 지면을 정독하면서 주요한 이슈의 흐름과 경과, 쟁점을 따로 정리해 했습니다. 잘 모르는 개념은 따로 독서와 검색을 통해 공부하면서 ‘남들에게 참고 자료 없이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될 때까지 익히려고 노력했습니다. 논술 준비도 결국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핵심 논지를 세웠다면, 합리적으로 논증하면서도 차별성 있게 그 주장을 제시할 수 있는 개념을 빌려 쓰려고 했습니다.
이어지는 실무 과제는, 그것이 무엇이 됐던 완결된 형태로 제출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작은 것이라도 제대로 취재하고 정확히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것. 이것은 사실 현업에 들어온 지금도 매일 제게 부여되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한 과정이 제출할 결과물에 드러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종면접 때 면접관이셨던 선배가 물었습니다. “그래서 김태욱씨는 ‘기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예상치 못했던 질문에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러나 이내 호흡을 가다듬고 평소 생각했던 답을 드렸습니다. “저는 기사가 ‘인간’을 ‘시민’으로 만드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합격한 지금도 이 답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오답’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기자도 늘 정답이 없는 현장에서 더 좋은 답을 찾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재의 방법도, 보도의 내용도 정답은 늘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정확게 보도해야 한다는 원칙 하에 더 바람직한 방법을 찾아나가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면접 문턱에 서시는 분들도 정해진 ‘정답’을 찾아 말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담담하지만 솔직하게 생각을 말씀하시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경향신문도 틀에 박힌 정답보다는, 여러분의 솔직한 이야기를 더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믿습니다.
그토록 간절했던 ‘경향신문 기자’의 꿈을 이루고 나니, 그다음은 무엇이어야 할지 늘 고민입니다. ‘좋은 기자’가 무엇인지도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정답 없는 현장을 헤매며 그 답을 고민하는 사이 시간도 속절없이 흐르기만 합니다. 여전히 서투르고 부족하고, 제 한계와 배워야 할 것들을 체감하는 나날들입니다. 그렇지만 입사를 준비했던 때의 다짐으로 아침마다 다시 가방을 둘러메고 출근길에 나섭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무의미하게 흐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입사 직전 무작정 찾았던 국회 앞 현장을 지키던 선배들처럼, 광장을 지킨 시민들을 현장에서 취재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현장에 가는 건 언제나 걱정되면서도 가슴 벅찬 일입니다. 치열하게 함께 현장을 함께 뛰는 동료들, 무엇이 더 ‘좋은 기자’인지 함께 고민하는 선배들께 매일 배울 수 있어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두서없는 글로 제가 전해드린 제 입사 이야기가, 그때의 저처럼 경향의 문을 두드리려고 선 여러분께 작은 보탬이자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정답은 없는 이 현장에서, 더 좋은 답을 찾으려 함께 뛰어주실 여러분을 저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