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채용 공고에서 ‘경영직’이라는 직군을 처음 알았습니다. 생소한 직무였습니다. 그렇지만 제 경험과 성향을 고려했을 때 잘 맞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습니다. 언론사 입사를 꿈꾸며 여러 직군을 준비하던 저에게 새로운 길이 트이는 기분이었습니다.
자기소개서는 세 부분으로 구성했습니다. 먼저 지원동기로 글을 열었습니다. 평소 제가 생각했던 언론의 가치와 개인적 경험을 엮어 그 가치에 함께 하고 싶다고 썼습니다. 경영직은 다른 기업에도 있는 직군인 만큼 언론사여야만 하는 저만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 내용은 직무 역량이었습니다. 언론사 경영직에 필요한 직무 역량을 파악해 그와 관련한 제 경험을 연결했습니다. 경향신문 및 타 언론사 홈페이지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서 경영과 관련한 설명을 참고했습니다. 또, 구체적인 수치로 성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경험과 일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던 경험을 추려 자기소개서에 녹여냈습니다.
마무리는 성격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앞선 부분은 ‘내가 바라보는 내 모습’이었다면, 이 부분에서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내 모습’을 담았습니다. 회의에서 생긴 갈등을 조율했던 경험, 고등학교 때 친구를 위로했던 일화처럼 사소하지만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필기 전형은 예측에 중점을 두고 준비했습니다. 출제자의 관점으로 신문을 읽으며 어떤 문제가 나올지 뽑아냈습니다. 대비하기 가장 까다로웠던 것은 경영과 관련한 문제였습니다. 시사상식과 논술에 비해 정보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회계 관련 책을 읽고, 언론사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 기출문제까지 훑었습니다. 운 좋게도 예상한 논제가 논술 시험에 출제되었고, 공부했던 회계 지식이 필기 문제로 나왔습니다.
면접 전형은 ‘후회를 남기지 말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습니다. 예상 질문은 자기소개서, 직무 및 산업, 인성으로 주제를 나눠 만들었습니다. 한 질문에 여러 답을 달아보면서 상세하게 답변을 준비했습니다. 회사에 관한 공부도 했습니다. 전년도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한국기자협회보에서 경향신문에 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실제로 실무 면접에서 ‘작년 경향신문 매출액이 얼마였냐’, ‘경향신문의 주요 수익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아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답변할 수 있었습니다.
최종 면접은 끝까지 집중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면접 초반,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문장을 끝맺지 못한 채 답변을 마무리했습니다. 실수라 생각했지만 최대한 동요하지 않고 다음 답변을 이어 나갔습니다. 눈앞에 놓인 질문에 집중하다 보니 후반부에는 침착하게 답변을 할 수 있었습니다.
두 면접을 돌아봤을 때, 경향신문은 사람 대 사람으로 지원자를 알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직무와 관련한 날카로운 질문도 있었지만, 제 삶이나 관점을 궁금해하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서툴더라도 꾸밈없이 자신을 드러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채용 전형이 진행되는 과정은 불안의 연속이었습니다. 필기시험 전날 밤에 급히 서점에 가 시사상식 수험서를 사기도 하고, 면접을 준비하며 뒤늦게 자기소개서 속 오타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최종 면접이 끝난 후에는 망쳤다는 생각에 화장실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어두운 시간은 해가 뜨기 직전이다’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취업 준비생 시절, 합격자들을 볼 때마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일까?’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막연히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뚜렷하게 ‘나다운 사람’이 합격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슨 일을 할 때 즐거운지 생각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자신을 믿고 묵묵히 나아가다 보면 꼭 맞는 자리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