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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떨어진 내가 '미워도 다시 한번'

60기 서현희 | 편집국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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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면접 대상자입니다" 경향신문에 입사하기까지 이 문구를 몇 번이나 보았는지, 세자고 들면 날밤을 샐 지경입니다. 언론사 공채별 자기소개서를 아카이빙해둔 제 노션 페이지에는 면접조차 가보지 못한 회사들도 수두룩합니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단계에서 매번 떨어졌고 늘 괴로웠지만 결론은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하고 싶다고요. 그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버텨왔던 것 같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이제 막 '언론고시'에 발을 들인 분일 수도, 저처럼 오랜 기간 준비를 하신 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이라면 처음이라서, 많이 경험했다면 '이번에도 또….'라는 생각에 불안하실 분들에게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2024년 공채에 합격했지만, 한 해 전인 2023년 공채에도 지원했었습니다. 결과는 최종 불합격이었지만요. 당시 최종 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 '자기소개서를 조금만 더 성실하게 쓸걸'이라는 후회로 엉엉 울며 집에 돌아갔던 기억이 납니다. 최종 탈락 후 일주일 만에 '경향이라면 반드시 다시 지원하겠다'는 마음으로 내년에 낼 자소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꾸미려는 마음은 덜어두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서류 합격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서류 한 장을 두고 임원들과 대화하면 나의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상상했던 게 도움이 됐습니다. 제 자기소개서 첫 문항은 고등학교 시절 밴드부 경험을 녹여 작성했습니다. 멋지고 훌륭한 경험보다 작은 경험이더라도 이를 통해 나의 어떤 점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더 고민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필기시험 전형은 신문과 학술서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상식 시험은 경향신문의 기사 하나하나가 자료였고, 논술을 위해서는 신문에서 자주 인용되는 문구나 학자의 말을 원문으로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상식보다 논술 준비를 더 중점적으로 했는데요. 현재 사회 현상들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쓸 수 있을지 관련 책을 찾아보며 구상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평소에 너무 자주 들어 알고 있다고 착각했었던 단어들의 정의와 개념을 다시 정리하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일례로는 '민주주의'나 '행복추구권' '자유' 등이 떠오르네요. 용어를 찾고 정리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모호한 철학적 논제들을 대하는 일이 조금은 쉬워지곤 했습니다. 실무 전형 주제는 '광화문 직장인의 신풍속도를 취재하라'였습니다. 주어진 취재 시간은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세 시간 남짓. 바로 뛰어나가는 대신에 자리에 앉아 20여 분간 아이템을 정리했습니다. 뛰쳐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조급해질 때도 있었지만 초반 정리의 시간이 적은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취재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제가 잡은 주제는 '직장인 회식 신풍속도'로 현장 인터뷰와 각종 수치를 엮었습니다. 점심시간 길에 나온 직장인분들의 말을 주로 담았지만, 의외의 곳에서 단서를 발견하기도 했는데요. 음료를 사러 들렀던 편의점 사장님께 "요즘 직장인들 숙취해소제 많이 사가냐"고 물었다가 이어진 대화에서 큰 힌트를 얻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릴지 모르니, 여기저기 많은 시도를 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이어진 실무면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질문은 "언론 전공을 했는데, 회사 사람들은 전부 현직에 당신보다 더 전문가다. 언론 지식 말고 당신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였습니다. 차근차근 제가 가진 장점을 이야기하다 보니 굳었던 면접관분들의 얼굴이 편하게 풀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너무 긴장했어서, 어떻게 면접을 치르고 나왔는지 기억이 좀 흐릿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날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경향신문에 대한 애정을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지를 골몰하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편안하게 답변을 이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최종 면접은 한 해 전 '면접에 긴장은 독 중의 독'이라는 경험 때문인지 되레 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면접이 검증과 지적의 과정이라는 불안보다, 나에 대해 궁금해하는 면접관에게 나를 설명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게 도움이 됐습니다. 한 임원분께서 제가 작년 면접에 왔다는 걸 기억해 주시고는 '왜 떨어졌던 것 같으냐'는 질문을 해주시기도 했는데요. "자기소개서를 너무 못 썼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대답드렸더니 끄덕여주셨습니다. 입사 후 다시 여쭤보니 제 추측이 사실이었는데요. 혹시나 경향신문을 재지원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자신의 모자란 부분이 어떤 부분이었는지 꼭 고민하고 보완해 보시길 바랍니다. 경향신문은 특이하고도 좋은 선배들이 많은 회사입니다. 물론 저도 '평범하다'는 칭호를 붙이긴 어려운 사람입니다. 스스로가 착한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더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고 싶어집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만큼 본인이 특이한 사람이어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1년 동안 지켜본 경향신문은, 구성원들의 다채로움이 조직의 빈틈을 채우고, 더 큰 일을 만들어 내는 회사였습니다. 본인 혹은 세상이 생각하는 '기자는 이런 모습일 것이다'라는 틀은 잠시 내려두셔도 좋습니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솔직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진솔하고 다정한 사람을 경향신문의 일원으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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